표류하는 공기

동주 -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블로그 포스트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cogito2012 2016. 3. 6. 23:14




* 채움늘 - 늘 부족한 점 없도록 채워나가라

윤동주 시인을 처음 알게 된건, 언어 영역 공부 중 그것도 문학을 너무 좋아하지 않던 고등학교 2학년때였다. 문원각의 책을 사서, 시를 이해할 수 없으니 외워버렸던 기억이 난다. 그러고 싶지 않았다. 문학은 예술이지, 학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지성의 마음으로 보는 것보다는 감성의 마음으로 들여다 보는 것이 마땅하다 생각했기에 시험지에서 만나 본 시들은 죄다 불편하고 언짢았다. 그러다 들어온 문학은 이상과 윤동주의 쉽게 씌어진 시 였다. 


쉽게 씌어진 시는, 그 시를 쓴 남자의 고통이 또 미약함의 반성이, 또 조선의 나라의 지성인이란 부끄러움이 한대 담겨 있었다. 솔직했다. 왜인지 소주 한잔 권해주고, 괜찮다면 함께 산보를 하며 조용히 시를 읊조리고 싶었다. 그런 그의 생애를 그린 영화를 봤다. 

동주, 그는 만주 벌판에 북간도에서 태어나 - 문학을 열망하던 소년이었다. 고종 사촌 형인 송몽규와 한 동네에 살며, 빼어난 형과 함께 공부하고 문학과 혁명, 국가를 되찾고자 염원하는 진짜 '소년'이 있었다. 


문학으로 삶과 세상, 또 정세를 알고 표현하는 소년들이 거기에 있었다. 극중 선생님이 물었다, 국가가 있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 - 송몽규는 말한다. 국토와 국민과 주권입니다. 선생은 다시 말한다. 우리는 지금 주권이 없는데, 사상의 이상향과 체제의 분기가 있을 수가 있는가! 


가슴이 쩌렁쩌렁했다. 주권이 없는 시대, 주권을 박탈 당해 국토를 버리고 떠난 국민. 공부와 출세를 하려면, 반드시 창시개명을 해야하고, 총과 활을 피해 공부하려면 일본으로 유학을 가야만 했던 그때였다. 


그때 동주는 아마 주권도 국토도 자신과 자신의 형제를 지켜줄 국민도 없었을 것이다. 그는 그래서 끔직하고 삭막한 그 곳에서 되려 현실을 직시할 날카롭고, 적극적인 노래보다는 우회적이며 절망적인 시대상을 다른 반전의 형언과 탁월한 문학적 천재성으로 짓고 노래했을지도 모른다. 


영화를 마치고,

신사 브로드 웨이 극장을 나와,  나는 담배를 피곤 달리는 외제차들과 편의점보다 많은 성형외과 간판을 보았다. 우리보다 더 젊고 곱던 나이에 청춘을, 열정을 뺴앗긴 그들이 원하던 그 조국이 맞는 걸까 - 매일 맞이하는 지금은 그들이 일구고자했던 '내일'이었을까,


그 마음을 알지 못하지만, 현시대를 사는 우리도 언젠간 묻혀 지나가게 될 것이다. 삼십년, 육십년이 지나 우리는 동주 만큼 송명규 만큼 뜨거운 청춘이 되진 못하였더라도, 부끄럽지 않은 청춘이길 바란다.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곰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적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 쉽게 씌어진 시 中